
미세먼지는 우리 시대에 명백한 골칫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모든 오염물질을 가리킨다. 이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지름 2 마이크로미터(㎛) 이하에 해당한다. 머리카락 한 가닥의 직경도 최소 50 마이크로미터(㎛) 가량 된다는 걸 생각하면 눈으로 식별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세먼지’라는 이름 때문에 단순히 먼지의 일종으로 여길 수 있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속한다. 특히 현대 문명을 이루는데 기반이 된 많은 기술들이 미세먼지라는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탄소 입자부터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비롯해, 납이나 카드뮴, 비소와 같은 중금속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에서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으니 딱히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미세먼지는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어떤 질환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러한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가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
미세먼지도 여러 세부 종류로 나뉘지만, 발생 경로 및 인체에 미치는 폐해는 거의 비슷하다. 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 등에 의해 생성되며, 탄소 입자의 경우 디젤 연료가 주범이다. 배출 후 대기 중에 떠돌다가 서로 결합해 초미세먼지를 생성하기도 한다.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는 너무 작은 크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기는커녕 호흡기에서도 잘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호흡기의 섬모나 점액 등이 수행하는 자정작용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폐까지 어렵지 않게 침투한다. 호흡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점막을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자체 필터링을 통과해 폐포에 엉겨붙거나 폐포의 기체교환 기능을 역이용해 혈류로 직접 침범하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한데 뭉쳐 폐포에 엉겨붙으면 핵심 기능인 기체교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면역 반응을 유발해 염증을 발생시킨다. 염증은 폐 기능을 더욱 악화시켜 호흡기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거나 발생한 질환을 더욱 심해지게 한다.
한편, 혈류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염증 반응으로 인해 혈관 내벽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혈관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을 방해하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증상을 유발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미세먼지에 포함돼 있는 납,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 성분은 체내에 축적돼 잘 배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독성을 뿜어내 세포 손상을 유발하며, 신경계를 손상시키거나 암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신장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신체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발간한 미세먼지 연구 성과집에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실렸다.
해당 성과집에 실린 연구결과 중에는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불안장애’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공기질이 악화됨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결국 신체생리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미세먼지의 입자가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중 일부는 혈류를 따라 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해 성분이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당연히 정서적인 문제 등 뇌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호르몬 균형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불안 또는 우울증세를 유발할 수도 있게 된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자정 작용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미세먼지를 들이마셔왔고, 현재도 수시로 들이마시며 살고 있다. 말만 들어보면 당장이라도 이런저런 질환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신체의 자정 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호흡기의 상피 세포에 있는 섬모는 기관지로 들어오는 이물질을 붙잡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호흡기는 자체적으로 점액을 만들어 미세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달라붙도록 한다. 건강한 상태에서 이들은 기침으로 배출되거나 삼켜지지만, 염증 반응 등으로 인해 점액 분비가 많아지면 가래가 형성되기도 한다.
염증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이 역시 자정작용의 일환이다. 면역 시스템이 미세먼지에 포함된 독성 물질이나 병원균을 발견했을 때 생기는 것이 바로 염증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염증이 발생한 부위로 면역세포를 불러들여 문제를 해결한 다음, 염증 반응이 해소되는 원리를 따른다.
또한, 호흡기나 혈관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 미세먼지는 유해한 성분들로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이때 항산화 물질들이 충분히 존재하면 미세먼지에 의한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자정 작용들이 있기에 우리는 평소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에 비해 별다른 건강 문제를 겪지 않고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체 기능이 그렇듯 한계는 있다. 자정 작용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균형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건강한 습관과 미세먼지의 관계
건강을 위한 습관은 언제나 비슷하다. 그러니 ‘이러이러한 습관이 필요하다’라는 원론적인 말보다, 각각의 습관들이 미세먼지로 인한 악영향을 어떤 식으로 줄여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식사를 통해서는 항산화 물질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정상적인 수준의 산화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미세먼지 흡입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는 그 균형을 깨는 일이다. 따라서 항산화 물질을 추가로 더 섭취해줄 필요가 있다.
비타민 C, 비타민 E, 폴리페놀을 비롯해 다양한 항산화 물질들이 식단에 충분히 포함돼 있는지를 점검해보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조금 더 섭취하려 하는 편이 좋다. 미세먼지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럴수록 산화 스트레스의 발생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전반적인 면역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면역력을 가장 크게 해치는 주범은 스트레스이므로, 자신에게 잘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 한두 가지 정도는 반드시 챙겨두는 것이 좋다. 언제 어디서든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 집이나 편안한 공간에서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각각 찾아두면 때와 상황에 맞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점액을 묽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점액의 유동성을 높여, 보다 활발하게 미세먼지 및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체내 수분 함량이 낮으면 점액이 더욱 끈적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가래가 생기기 쉽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폐포에 엉겨붙는다는 것은 일부 폐포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의미다. 이때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개별 폐포의 기체교환 능력이 향상돼 있다면, 미세먼지로 인해 일부 폐포가 방해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호흡이 이루어지는 동안 면역기능이 작동해 문제가 되는 폐포들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습관들을 점검함과 동시에,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와 무관하게 마스크 착용을 습관화하는 편이 좋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마스크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미세먼지 흡입을 줄일 수 있다면 몸 안에서는 보다 원활하게 자정 작용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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