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둠 스크롤링(Doom Scrolling)’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등장한지는 꽤 오래된 말이지만, 생각보다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다. 무슨 뜻인지 확 와닿지는 않지만, ‘둠(Doom)’이라는 단어로 인해 그리 좋지 않은 의미일 거라 짐작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부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열람(scrolling)하는 데 과도한 시간을 쏟는 것’을 말한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에서 쏟아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사건이나 뉴스도 흔히 접하게 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부정적인 사고를 반복하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여기 부정적인 뉴스 소비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본 연구 결과가 있다.
부정적 뉴스는 정신건강에 악영향
호주 플린더스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는 둠 스크롤링을 통한 부정적 뉴스 소비가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람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플린더스 대학 연구팀은 미국과 이란의 대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연구 참가자들은 평소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인 뉴스를 얼마나 자주 소비하는지에 대해 응답했다. 그런 다음, 정신건강 및 가치관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현재에 대해 얼마나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는지, 인류에 대해 보통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질문이다.
연구 결과, 부정적으로 느껴지거나 화가 나는 경우, 혹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습관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확인하는 것이 정신건강이나 가치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삶의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지, 삶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나 관점은 어떤지 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 뉴스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키운다. 더 나아가, 삶에 별 의미가 없다는 식의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단순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며 뉴스를 소비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권 차이 없어, ‘간접 트라우마’ 원인 될 수도
플린더스 대학의 연구팀은 미국과 이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알다시피 두 나라는 뚜렷하게 다른, 거의 ‘상반된 문화’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사회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문화권 차이와 관계 없이, 두 나라의 참가자 모두 둠 스크롤링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보는 것은 때때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 경험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를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면 간접적인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도 있음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참혹한 사건과 관련된 정보 및 현장 이미지에 자주 노출될 경우, 불안이나 우울, 분노, 절망 등의 감정 상태가 나타날 수 있고, 심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실제 유사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기억을 되살리는 등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부정적인 경험이 자율 신경계 활성화시켜
둠 스크롤링의 해로움은 생리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정보를 접했을 때, 자율 신경계에서는 ‘스트레스 기반 투쟁-도피 반응’을 활성화시킨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도록 몸을 준비 상태로 만들려 한다. 이는 실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와 동일하다.
이로 인해 호흡이 얕고 빠르게 이루어지고, 심박수와 혈압이 증가하며 근육도 뻣뻣하게 긴장된다. 소화계통 다신 다른 중요한 기능에 에너지를 집중하려는 경향이 생기므로, 입맛이 없어질 수 있고 음식을 먹더라도 소화가 잘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통 평범한 일상에서 이런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은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둠 스크롤링으로 인해 부정적 뉴스를 소비하는 건 언제 어디서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즉, 스트레스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온라인 미디어 소비 습관 필요
미국 대중심리학 매체 ‘사이콜로지 투데이’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온라인 미디어 소비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만약 주위에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것처럼 보이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짜증이나 신경질이 늘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의 평소 뉴스 소비 패턴을 들여다보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자신의 온라인 미디어 소비 습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신 뉴스 또는 소셜 미디어의 짧은 영상을 보는 일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터치하게 되는 콘텐츠의 제목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사건사고나 분쟁 등 부정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면, 그것이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감정, 대인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스스로 점검해봐야 한다. 세상은 분명 가깝게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가깝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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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용, 중장년층에게는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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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을 위해, ‘낙관적 현실주의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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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콘텐츠와 정신건강, ‘악순환’ 이룬다
쉬는 시간. 인터넷이나 유튜브, SNS 등에서 무엇을 검색하는가? 특별히 검색을 자주 하지 않거나, 딱히 무엇을 검색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주로 보이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된다. AI 알고리즘은 당신의 ‘관심사’를 잘 보여주는 통로와 같으니까.만약 온라인 상에서 부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정신건강의 좋지 않은 신호일 수 있다. 「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태와 온라인 검색 사이에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양방향성을 띠고 있다. -
소셜 미디어 사용 잦으면 ‘과민성’ 높게 나타나
소셜 미디어를 매일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과민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과민성은 보다 쉽게 화를 내거나 쉽게 좌절하는 성향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