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사실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하는 사람들조차도 당장 인터넷이 없으면 불편해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사실, 인터넷에 오로지 역기능만 존재한다면 진작에 우리 사회에서 도태됐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인정하다시피 인터넷에는 수많은 순기능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 노년층에게서 인터넷이 정신건강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었다. 인간 행동에 관한 연구를 다루는 학술 저널 「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내용이다.
인터넷, 중장년층에게는 긍정적?
본래 인터넷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젊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했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은 대체로 정신건강 악화를 유발한다. 인터넷에서 성행하는 타인과의 비교, 가짜 정보 확산, 사이버 불링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실제 2019년 한 연구에서는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이 많을수록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더 심해진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연령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홍콩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인터넷 사용은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높은 삶의 만족도, 우울증 증상 감소 등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3개국에서 50세 이상 성인 87,559명의 개인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평균 6년 정도의 기간을 둔 장기 연구였다. 연구팀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 검색부터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 인터넷 쇼핑, 여행 예약 등 참가자들의 일상적인 인터넷 사용 패턴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이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고, 우울증 증상이 줄어들었으며, 스스로 ‘더 건강하다’라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인터넷으로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수준의 사용만으로도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영국, 중국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 증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는 그다지 관계가 없었지만, ‘사용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른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났다.
간접적 소통으로나마 외로움 달래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팀은 ‘50세 이상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0대 이상 인구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노화 진행에 따른 신체 건강 문제,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고립 등이 꼽힌다. 이들은 대개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문제를 동시에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은 공중 보건상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질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취약하게 만든다.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서 면역력 저하를 비롯한 각종 만성 질환이 더 자주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환과 상호작용은 간접적이긴 하지만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는 중장년층, 노년층에게 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러한 ‘간접적 상호작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누군가는 젊은 사람들보다 더 익숙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인터넷은 커녕 디지털 기기 자체를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와 상호작용하는 사람은 외로움 문제를 덜 겪게 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더라도 능숙하지 못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식이다.
핵심은 사용 목적과 패턴
젊은 연령대에서는 보통 게임, 스트리밍, SNS를 주로 사용한다. 반면 중장년층은 정보 검색, 온라인 쇼핑이 주를 이루며 가족 및 지인과 소통이 그 뒤를 따른다.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도 차이가 있다. 젊은 세대는 동영상 플랫폼이나 비디오 기반 SNS를, 중장년층은 뉴스, 정보 플랫폼이나 텍스트 기반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용 패턴 또한, 중장년층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인터넷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중장년층에게 인터넷이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며, 외로움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홍콩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가설이 정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나이, 성별, 인터넷 사용 빈도와 같은 인구통계적 요인이 정신건강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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