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소부터 각종 수치까지, 인체의 대부분에서는 ‘적정선’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혈당’은 특히 더하다. 낮은 쪽으로든 높은 쪽으로든, 혈당이 적정선을 벗어나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도 있고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한 ‘당뇨 위험군’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약 63%가 해당된다. 예전에는 당뇨 하면 멀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이제는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 둘 중 하나는 고혈당을 우려해야 하는 세상이다.
한편, 혈당을 마냥 낮추는 것도 문제가 된다. 고혈당 문제를 겪은 적이 없는 사람들 중 일부는 오히려 너무 낮은 혈당으로 인한 증상을 겪는 경우가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저혈당 증상을 겪기도 한다. 고혈당과 저혈당, 각각 어떤 증상을 보일까? 또 관리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을까?
혈액 속 포도당 농도, 판단 기준은?
혈당을 표시하는 단위는 mg/dL다. 즉, 혈액 데시리터(100분의 1 리터)당 몇 mg이 포함됐는지로 판단한다. 정상적인 혈당 수치는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 두 가지로 나눠서 본다. 음식을 먹은 다음 소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혈당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평상시 혈당이라 할 수 있는 ‘공복 혈당’은 70~99mg/dL 범위에 있을 때를 정상으로 본다. 이 범위를 벗어나 더 낮게 나타나면 저혈당이며, 더 높게 나타나면 ‘전당뇨’로, 126mg/dL를 넘어서면 당뇨로 진단한다.
‘식후 혈당’은 무엇이 됐든 에너지원을 섭취한 뒤 2시간이 지났을 때 측정한 것을 말한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섭취한 음식이 소화·흡수돼 혈당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공복 혈당보다 높은 범위에서 기준을 잡는다. 140mg/dL까지를 정상으로 보고, 그보다 높으면 위험군이다. 200mg/dL를 넘으면 당뇨로 진단한다.
한편, 저혈당의 경우 식후와 공복을 가리지 않고 70mg/dL를 기준선으로 삼는다. 식후에도 혈당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로는 흡수가 빠른 단순당 식품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경우, 식사 직후에 과도하게 움직이는 경우,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고혈당, 체지방 증가의 원인
혈관은 몸 전체에 에너지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보급로와 같다. 그렇다면 혈액은 그 보급로를 이용하는 수송대 내지는 보급병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은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이자 보급품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혈당이 높다는 것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필요 이상, 세포들이 필요로 하는 포도당을 모두 공급하고도 남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는 의미다. 현실 경제에서라면, 이런 것들은 과잉 공급으로 인한 ‘잉여 생산물’로 취급된다. 수요가 나타날 때까지 창고에 보관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폐기될 수도 있지만 그리 큰 타격이 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몸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따랐다면, 어느 정도의 잉여 생산물이 남는 것은 오히려 ‘경제 규모의 성장’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세포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체지방 증가다.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은 먼저 수분과 결합해 글리코겐으로 변환되고, 간과 근육 세포에 저장된다. 하지만 그 용량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한계에 부딪친다. 다음 단계로는 간에서 포도당을 지방으로 바꾸는 대사를 진행해 지방 세포에 저장한다. 체지방이 증가해 과체중 및 비만이 되는 과정이다.
세포와 신경 손상까지 유발
이와 함께 나타나는 또다른 현상은 ‘당화(Glycation)’와 ‘산화 스트레스’다. 잉여 포도당은 체내의 단백질과 지질, 핵산 등과 결합해 ‘당화 최종 생성물(AGEs)’을 만든다. 이는 염증 유발, 세포 기능 저하, 혈관 손상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흔히 당뇨 증상으로 나타나는 말초 부위 신경 손상은 AGEs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고 칭한다.
한편, 높은 혈당 수치는 활성산소종(ROS)의 생성을 가속화한다. 본래 세포가 포도당을 소비할 때 ROS가 생성되는데, 정상적인 수준에서는 체내 항산화 시스템이 이를 커버한다. 하지만 포도당의 양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 그만큼 ROS 생성량도 증가하게 되고, 항산화 역량을 초과하게 되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또, AGEs 자체가 ROS 생성을 촉진하기도 한다.

저혈당, 인지 저하부터 신경 과민까지
반대로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아질 경우는 ‘자원 부족 상태’에 해당한다.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조차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균등한 분배가 이루어진다. 즉, 너무 과도한 수준의 저혈당이 아니라면, 특정 조직이나 장기에 에너지가 일절 공급되지 않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100%가 공급돼야 할 것이 7~80% 수준으로 공급된다면, 아무래도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혈당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뇌와 관련된 것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전체 포도당 중 약 20~25% 가량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저혈당 상태에서 줄어드는 양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가 된다.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뇌의 작업 속도가 느려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판단력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 문제가 생긴다. 또, 짧은 시간의 집중으로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으로 보행에 문제가 생기거나 지끈거리는 두통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부족이란 몸의 시스템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상황과 같다. 이 때문에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돼 심박수가 증가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율신경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손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절하거나 혼수상태 빠질 수도
저혈당이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되면 혈중 포도당 농도가 40mg/dL 정도까지 내려간다. 정상 범위의 최소치가 70mg/dL이니 이보다 거의 50% 가까이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다소 끔찍한 비유일 수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별다른 예고 없이 갑작스레 월급이 절반 정도만 들어오는 것과 같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불규칙하게 먹는 경우, 체중 감량에 대한 집착으로 고강도 운동을 하고 나서도 에너지 보충을 소홀히 하는 경우, 공복 상태에서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경우, 당뇨 약물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혹은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인해 호르몬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도 저혈당 증세가 생길 수 있다.
포도당 농도 40mg/dL 수준의 심각한 저혈당에서는 뇌 기능이 저하돼 경련이 일어나거나 심한 두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감각은 뇌에 의해 관장되므로,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깜깜해질 수도 있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말소리는 들리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도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부족해질 수 있다. 심장 리듬의 이상은 전신 혈액 공급의 이상으로 이어지며, 그 결과로 기절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상태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고혈당과 저혈당, 주요 관리사항은?
앞서 제시했던 통계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고혈당으로 인한 문제가 더 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혈당으로 인한 문제가 드물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고혈당을 겪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일 뿐, 저혈당 사례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자신이 고혈당에 속하는지, 저혈당에 속하는지를 알고 있는가? 만약 적정선에 있더라도 혈당은 생활습관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혈당 수치가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고혈당에 해당하거나 더 가깝다면, 매일매일의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엄격하게 딱 정해놓고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규칙성을 유지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일상에서 틈틈이 유산소 운동이 될 수 있을만한 활동을 늘리도록 한다. 점심식사 후 잠깐이나마 걷거나 자리에 앉기 전 가볍게 움직이는 습관, 퇴근이나 귀가 시 역 하나, 정류장 하나 정도 먼저 내려서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약을 처방받을 정도로 혈당이 높은 상황이라면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저혈당에 해당하거나 더 가까운 사람이라면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맛이 없더라도 조금씩 먹는 습관을 들여서 혈당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혈당 증세를 한 번 이상 겪어본 사람이라면, 포도당 캔디나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주스, 달콤한 간식 등을 휴대할 필요가 있다.
저혈당인 경우에는 운동량 조절도 중요하다. 너무 강도가 높거나 오랜 시간 운동을 피하도록 하고, 운동을 마친 후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로 된 간식을 잊지 말고 섭취하도록 한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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