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병원이 바이오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침습적 치료 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비수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가임기 여성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권병수 교수팀은 숙명여대 김종민 교수, 숭실대 심가용 교수와 공동으로 바이오플라즈마가 자궁경부암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약 11.5의 영향력지수(IF)를 가진 국제 저명 학술지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 6월호에 게재됐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율이 높지만, 자궁 적출 등 침습적 치료로 인해 가임기 여성에게는 생식 능력 상실이라는 부담이 크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35%가 20~4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생식기 보존이 중요한 치료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열성 바이오플라즈마(Non-thermal Plasma, NTP)는 고온으로 인한 조직 손상 없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차세대 치료 기술로 의료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바이오플라즈마를 환자 유래 자궁경부 조직과 동물 실험 모델에 적용한 결과, 조직 내 최대 5mm까지 침투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했으며,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면역원성 세포 사멸'까지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하는 중요한 성과다.

더불어 암세포의 치료 민감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항산화 효소 단백질인 SOD1(Superoxide Dismutase 1)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SOD1의 발현 수준이 낮을수록 바이오플라즈마 치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이는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권병수 교수는 “이번 성과는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을 뿐 아니라, 정밀의료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특히 출산을 계획 중인 젊은 환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권 교수는 바이오플라즈마 기반의 비수술 치료기기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직접 창업한 바이오플라즈마 전문기업 ㈜아이비엠솔(IBMSol)을 통해, 자궁경부 상피내암 및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위한 비수술 치료기기 ‘CureGynPlas’를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플라즈마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고 정상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는 특성으로, 향후 다양한 암 치료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첨부1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권병수 교수
첨부1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권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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