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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원장 서홍관)의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뇌종양의 재발 원인 및 구체적인 재발 과정을 밝혀냈다고 27일(수) 발표했다. 국립암센터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 박종배 단장과 단백체분석팀 김경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암세포가 생성하는 모든 종류의 단백질을 분석하는 암단백유전체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치료가 이루어진 뒤 암세포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뇌종양 재발 원인을 밝혀내다

뇌에서 처음 발병한 것을 원발 뇌종양, 치료 후 재발하거나 다른 곳의 암이 뇌로 전이되는 것을 재발 뇌종양이라 한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 경우 모두의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를 분석함으로써 치료 후 재발한 종양세포가 어떤 식으로 다시 발현되는지를 관찰했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으로 분류되는 교모세포종(glioblastoma) 환자 123명의 단백유전체를 분석했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의 신경교세포로부터 발생하는 종양으로, 뇌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종양이자 극복이 어려운 대표적인 악성 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뇌종양 환자 중 약 12~15% 정도가 교모세포종 환자라고 할 정도로 흔히 발생하는 병증인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가 뇌종양에 있어 획기적인 치료 전략의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에 따르면 뇌종양이 한 번 치료된 뒤 재발하는 경우, 크기가 줄어든 종양세포가 뇌 속 신경세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신경세포와 뇌종양세포 사이에 신경전달물질이 오가는 상호작용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교모세포종 재발을 일으키는 핵심 메커니즘인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상적인 신경세포를 종양세포로 변이시키는 등 재발과 전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이것이 뇌종양 치료를 위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BRAF 단백체를 억제할 수 있는 표적항암치료제 ‘베무라페닙’과 표준항암치료제 ‘테모달’을 함께 투여함으로써 재발한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암세포는 주변의 정상조직과 세포를 침범하는 방식으로 성장, 전이되므로, 이러한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뇌종양 치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뇌종양 치료, 희망적 국면 맞이하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뇌종양 환자 수는 양성 5만5천여 명과 악성 1만2천여 명을 포함해 약 6만7천 명에 이른다. 5년 전인 2018년에 각각 4만1천여 명과 1만1천여 명이었던 것에 비해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던 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경우 전체 뇌종양의 5년 생존율이 65%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기존까지는 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뇌종양의 원발 및 재발을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암단백유전체 분석 연구는 뇌종양의 발생 또는 재발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크나큰 의의가 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뇌종양 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뇌종양을 정확하게 진단해낼 수 있는 혈액 검사법을 개발해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여전히 뇌종양은 눈앞을 캄캄하게 하는 큰 병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뇌종양 치료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결국 뇌종양도 정복 가능한 질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굳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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