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와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 연구팀이 유전성 난청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팀은 MPZL2 유전자의 대표적 돌연변이(c.220C>T)를 표적으로 삼아 단 한 번의 유전자 교정으로 청력 회복 효과를 입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 인구에서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유전성 난청 변이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denine Base Editor, ABE)를 적용한 세계 최초 사례다. 전임상 단계에서 ‘원샷(one-and-done)’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며 정밀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MPZL2 c.220C>T 변이는 DFNB111형 감각신경성 난청의 주요 원인으로, 전체 유전성 난청 환자의 약 10%에서 발견된다. 정상적으로는 글루타민을 암호화하는 염기서열이 돌연변이로 인해 종결 신호로 바뀌면서 단백질 생성이 중단되고, 사춘기 이후 청력 저하가 급격히 진행돼 결국 고도난청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어 보청기나 인공와우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연구팀은 국내외 1,437가계를 분석해 해당 변이의 임상적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화 마우스 모델을 제작했다. 이어 최신형 유전자가위(ABE8eWQ-SpRY)를 자체 개발해 돌연변이를 정상 서열로 교정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 기술은 DNA 절단 없이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세포 손상이 적고 정확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변형 아데노-연관 바이러스 벡터(AAV-ie)에 유전자가위를 실어 마우스 달팽이관 정원창을 통해 1회 주사했다. 그 결과 청성뇌간유발반응(ABR)과 이음향방사(DPOAE) 검사에서 전 주파수 영역에서 20~30dB 수준의 청력 향상이 관찰됐고, 이 효과는 20주차 이상 유지됐다. 조직 분석에서도 외유모세포(OHC)와 지지세포(DC)가 뚜렷하게 회복돼 청각세포 생존율과 조직 구조 복원 효과를 동시에 입증했다.

안전성 검증도 철저히 이루어졌다. Cas-OFFinder와 GUIDE-seq 분석으로 오프타깃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표적 이탈 현상은 없었으며 RNA-seq 분석에서도 비표적 편집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연구에 사용된 유전자가위가 높은 정밀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서울의대 배상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특히 흔한 난청 유전자 변이를 정확히 교정해 치료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이상연 교수는 “앞으로는 보청기나 인공와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인 유전자가 규명된 환자에게 맞춤형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임상과 임상 연구를 통해 실제 치료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의대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서울형 바이오 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IF 15.7)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 성과는 기존 난청 치료 한계를 넘어 유전적 원인을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한 추가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그림1] 연구 개요_MPZL2 돌연변이 인간화 마우스에 자체 개발 유전자가위를 1회 주사해 청력 개선 확인
[그림1] 연구 개요_MPZL2 돌연변이 인간화 마우스에 자체 개발 유전자가위를 1회 주사해 청력 개선 확인
[그림2] 유전자 교정 치료 후 청각세포 및 지지세포 회복 효과
[그림2] 유전자 교정 치료 후 청각세포 및 지지세포 회복 효과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정소향 뇌과학 협동과정 학생·구한솔 종양생물학 협동과정 학생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정소향 뇌과학 협동과정 학생·구한솔 종양생물학 협동과정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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