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왜’ 병에 걸릴까?
무척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이다. 병이라 규정된 것들도 한두 가지가 아닌 데다가, 어떤 병들은 ‘특발성 질환’이라 하여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 질병이 발생하는 원리 자체는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그 중 한 예가 바로 우리 몸 속의 선천적인 유전체 이상으로 인해 질병이 생기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자녀는 부모로부터 각각 유전체 일부를 물려받게 되는데, 이렇게 전해진 유전체 중 일부분에 이상이 생길 경우 특정 질병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모든 질병이 선천적 가능성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할 경우, 서로 다른 질병에 걸린다는 것 또한 이미 입증돼 있는 사실이다. 생활습관, 식습관, 특정 환경에의 장기간 노출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 역시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질병의 발생 이면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요인을 밝혀내기 위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무엇인가?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어떤 병에 취약한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유전체 단위까지 분석함으로써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정부 주도&국민 참여 사업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이오 빅데이터에는 개인의 건강정보와 임상정보, 오믹스 데이터*, 공공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이들 데이터를 통합하여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해 정밀의료 기술개발 등 의료 분야 혁신을 도모한다는 연구개발(R&D) 목적의 사업인 것이다.
** 오믹스(Omics) 데이터 : 유전체(Genome), 후성유전체(Epigenome), 전사체(Transcriptome), 단백체(Proteome), 대사체(Metabolome),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me) 등 생물 유래의 집합체를 총칭하는 말. ‘-ome’는 집합체(집단, 묶음)를 의미하는 접미어.
흔히 말하는 ‘개인차’에는 유전자와 같은 선천적 요소는 물론 생활환경, 습관과 같은 후천적 요소도 포함된다. 이러한 개인차 요소를 비롯해 개인의 임상정보, 유전정보 등을 폭넓게 수집하여 비교·분석할 수 있다면,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발병하더라도 보다 빠르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무엇을 기대하는가?
인간의 유전체를 연구하고자 한 사례는 그리 새롭지 않다. 흔히 선진국으로 꼽히는 국가들이라면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인종이 다르고 민족이 다르면 기본적인 생김새부터 시작해 많은 것이 다르다. 당연히 유전체 서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굳이 학술적으로 면밀하게 규명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질병 통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관련 통계를 비교해보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별 질병 순위,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 순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한국인의 유전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한국인 표준 유전체’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다른 나라의 유전체 연구 사례와 달리, 오직 우리 민족에 특화된 유전정보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어떤 질병에 잘 걸리는지,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그에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 요건이나 후천적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질병들에 대한 성과가 이번 사업의 주목 포인트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인구 중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가 2만 명 이하일 때 그것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희귀질환들은 대략 80% 정도가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표준 한국인의 유전체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희귀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본질적으로 빅데이터는 기반이 되는 리소스가 많을수록 결과물의 품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또한, 개인의 유전체 정보가 많이 모일수록 정밀도가 높아진다. 작년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국가가 앞장서 주도하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월 28일(목) 정부 관계부처들의 주관으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사전설명회가 열린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에 걸쳐 약 77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민감한 개인정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취지와 목적, 모두 좋다. 다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인정보에 관한 이슈다. 병원 진료기록을 비롯한 건강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항목에 속한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이러한 정보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지키도록 법으로 정해져있기도 하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위해서는 이러한 개인의 건강 관련 정보의 수집이, 그것도 수십만 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의 민감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지만 국민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호소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료기록이 노출되는 것을 달가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정부 차원에서 개인이 제공한 데이터를 보호하고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정부부처들이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또한, 연구윤리위원회로부터 ‘공공 목적을 위한 연구’를 승인 받은 경우에만 구축된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소위 ‘빅5’ 병원을 비롯해 전국 17개 대학병원도 시범사업에 함께 참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월)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단장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백롱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직 한국인을 위한 유전정보 풀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이번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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