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대동맥류(Abdominal Aortic Aneurysm, AAA)는 대동맥이 확장되면서 발생하는 중증 혈관질환으로, 파열 시 사망률이 60%를 웃도는 치명적 특징을 가진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현재로서는 수술적 치료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어 새로운 치료 전략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보라매병원 오세진 교수와 서울대병원 김은나 교수,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장영환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Lizhe Zhuang 박사가 참여한 연구팀은 복부대동맥류 조직 내 면역세포 미세환경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의 핵심은 염증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C-반응 단백(CRP) 중 단량체 형태(mCRP)였다.

연구팀은 환자군을 CRP 침착 정도에 따라 ‘High-CRP군’과 ‘Low-CRP군’으로 구분하고, CODEX(고해상도 영상 다중염색) 기술을 활용해 31종 항체로 수십만 개의 세포를 동시 분석했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 조직 내 면역세포 유형과 분포, 세포 간 공간적 상호작용까지 규명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CRP 침착이 많은 High-CRP군에서는 염증을 유발하는 M1 대식세포와 증식성 대식세포가 현저히 늘어난 반면, 혈관벽을 구성하는 평활근세포는 크게 줄어 있었다. 또한 조절 T세포가 NK세포, B세포, 내피세포 등과 밀접하게 위치하는 등 세포 간 관계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대로 Low-CRP군에서는 섬유화가 상대적으로 많고, 항염 작용을 하는 M2 대식세포 비율이 높았다.

고해상도 CODEX 이미지를 통해서는 죽상경화 병변 중심부에 조절 T세포와 NK세포, 대식세포가 군집을 이루는 밀집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CRP 침착이 단순한 염증 지표를 넘어, 복부대동맥류의 면역 환경을 결정짓는 주요 인자임을 보여준다.

오세진 교수는 “CRP 침착에 따른 면역세포 조성 변화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CRP를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치료 접근이 복부대동맥류 진행을 늦추는 실질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았으며, 2025년 8월 국제학술지 Translational Research에 게재됐다.

[붙임] (좌)보라매병원 오세진 교수, (우)서울대병원 김은나 교수
[붙임] (좌)보라매병원 오세진 교수, (우)서울대병원 김은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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